약 150만원 가량의 물건을 살 수 있다면 무얼 살까?

10월에 생일이었다. 생일을 맞아 와이프가 그렇게 갖고 싶어하던 갤럭시 폴드를 사도 된다고 했다. 줄곧 와이프에게 얘기한 게 있다. 폴드를 사면 생산성이 늘어 가계에 더욱 보탬이 될 것이라고. 그런데, 막상 폴드를 사도 된다고 하니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현재 기준으로 폴드7은 약 250만원, 폴드6는 170만원 정도에 살 수 있다. 1TB 기준. 중고로 사면 더욱 저렴하게 살 수 있지만, 와이프가 무조건 새 걸로 사라고 했다. 새 걸로 사야 할부도 된다. 아무튼, 170만원의 금액을 지불할만한 가치가 있는지 계속 고민했다. 보통 폰을 2년 정도 쓴다고 가정하고, 내가 과연 2년 만에 170만원 어치의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170만원을 24개월로 나누면 월에 약 7만원이다. 나는 최근에 구글 애드센스나 쿠팡 파트너스로 월 10만원도 채 벌지 못하고 있다. 와이프에게 생산성을 운운했지만, 막상 폴드를 손에 쥐게 돼도 지금만큼의 생산성 밖에 보여주지 못할 것 같다.

이 글을 쓰면서 깨닫게 된 게 있다. 내가 졸라 겁쟁이라는 것이다. 170만원.. 일순간 지출하면 커보일 순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결코 큰 돈은 아니다. 나는 어느 순간 새로운 것에 겁을 먹고, 도전하는 것에 주저하고 있다. 왜 그럴까?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의 급여 수준은 그리 나쁜 편은 아니다. 남들보다 월등하게 잘 살 순 없지만 그래도 남들처럼은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행도 종종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닌다. 솔직히, 지금처럼 계속 살면 미래를 계획할 순 없다. 하지만 지금은 잘 살고 있고 불편함은 없다. 

아, 나는 현재에 안주하고 있구나. 

사람은 안정적인 상태를 좋아하는 동물이다. 하지만, 동시에 권위적이기 때문에 발전하고 싶어한다. 이 두 감정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 치우치냐에 따라 점점 발전하는지 혹은 횡보하다 퇴보하는 지가 달려있다.

깨달았다. 나를 변화 시키고 안주함을 깨는 비용으로 200만원은 졸라 저렴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