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처가댁 모임이었다. 장인어른, 장모님, 형님, 형수님, 와이프, 나 그리고 애들 셋. 내 기준에선 처가댁 모임이었고, 형수님 입장에서는 시댁 모임이었다. 처가댁 가족 모임을 하면 항상 느끼는 건데, 불편한 게 전혀 없고 즐겁다. 피곤하긴 하지만 그건 어느 모임이나 마찬가지니까 패스.
다만, 처가와 가족 모임을 하거나 여행을 다녀오면 내 가족에게 미안한 감정이 든다. 왜냐하면, 결혼 이후에 우리 집안끼리 여행을 간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엄마아빠도 손주와 함께 며느리와 함께 여행을 한번 가보고 싶지 않을까? 그리고 내 마음 한 켠에 엄마아빠에게 잘 효도하지 못한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인 것도 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나도 우리집이 편하지가 않다. 되려, 처가댁에 가는 게 더 마음이 편하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다. 본가에 가게 되면 괜히 와이프 눈치를 보게 되기 때문일까? 와이프와 우리 아빠 사이에는 얽힌 것들이 꽤 있다. 결혼 준비하면서부터 그리고 결혼하고 나서도 몇 번. 이것도 다 나 때문인가 싶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나도 본가 모임보다는 처가 모임이 더 편하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가족 식사 중에 형수님이 이런 말을 했다. ‘나도 ㅈ소연(가명) 말고 ㅇ소연하고 싶다.’고, 즉 형님 성씨 따라가고 싶다는 것이다. 형수님도 형수님 처가 모임보다 되려 시댁 모임이 더 편하다고 한다. 이유로는 가족간 불화? 아니면 불편함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저런 말을 한 것으로 판단이 된다.
이해는 된다. 나도 앞서 말한 것처럼 처가댁 모임이 더 편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 역시 ㅇ대형(가명)이 되고 싶은 건 아니다. 그 정도까진 아니다. 그런데 형수는 얼마나 심적으로 더 힘들길래 성까지 바꿀 수 있다는 용의를 표하며, 본인의 괴로움을 표출한 것일 까?
마음이 편해야 한다. 마음이 편하지 않으면 겉으로 괜찮아 보여도 속은 곯는다. 마음의 병은 결국 나를 갉아먹는다. 가슴 한 켠에 잘 포장해 깊이 묻어 두어도 불현듯 그 원치 않는 포장물이 떠오른다. 김치가 들어있던 락앤락과도 같다. 김치를 다 비우고, 깨끗이 씻어도 쿰쿰히 나는 그 김치 냄새와 같다. 비웠다고, 없앴다고 생각하지만 갑자기 떠오를 수 있다. 어쩌다 맡게 된 비슷한 향(기분)에 잠시 묵혀 두었던 감정이 되살아날 수도 있다.
줄넘기나 긴 로프에서 중간에 꼬인 매듭이 생긴 경우를 봤을 것이다. 줄 자체가 길기 때문에 혹은 매듭이 작기 때문에 당장 풀지 않아도 문제가 생기진 않는다. 근데, 꼬인 채로 줄넘기를 하거나 줄을 사용하다 보면 자꾸 그 매듭이 신경 쓰인다. 굳이? 싶지만 계속 신경이 쓰인다. 결국, 그 매듭을 찾아 푼다.
결국 상황을 편하게 만들기 위해, 나를 편하게 만들기 위한 방법은 문제의 시발점을 찾아 해결하는 게 가장 근본적이다. 케묵은 감정과 지나간 세월을 다시 들추어 문제를 풀고 감정을 다스리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 마음의 짐을 앉고 살아온 날들과 앞으로 살아갈 인생 시간의 양을 비교해보면, 응당 해결하고 가는 것이 더욱 경제적이고 효과적이라는 것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