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제대로 한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올해 초부터 제대로 헬스를 다니기 시작했다. 이번 추석 전에 다리를 다치기 전까지 정말 꾸준히 했다. 5시에 일어나 운동을 위한 스트레칭을 하고 45분 쯤 집을 나섰다. 헬스장에 가서 1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씻고 회사 가는 버스를 탔다. 주말에는 쉬었다. 출근하는 날은 무조건 헬스장에 갔다. 

나는 운동을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 그래서 유튜브로 운동 영상을 찾아보고 사람들 어깨 너머로 운동을 익혔다. 그래서 모든 운동 자세가 완벽하지 않다. 하체 운동은 비교적 자극이 잘 왔다. 왜냐면, 사람이 이족보행을 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평소에도 꾸준히 축구와 풋살을 해서 그럴 수도 있다. 그 외 나머지 운동을 할 때는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항상 의구심이 들었다. 프레스류 같은 가슴 운동을 하면 어깨가 먼저 아팠다. 등 운동을 하면 이게 어디 운동을 하는건지 알 수가 없었다. 

여러 사람들이 말하길, 자극이 안 오더라도 일단 하다 보면 언젠가 자극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전제는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무게를 가지고 운동을 할 때였다. 다치기 전까지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 남자가 자존심이 있지 그래도 남들 드는 무게는 들어줘야 쪽팔리지 않다고 생각도 했다. 무게라도 많이 치면 더 빨리 자극점을 찾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장장 9개월 정도를 운동했다. 물론, 때때로 자극이 잘 올 때도 있었다. 근데, 꾸준히 똑같은 자극이 오지 않았다. 무게를 낮춰보기도 하고, 자세를 바꿔보기도 하며 내 나름대로 방법을 터득하려고 했다. 근데, 결국 제대로 된 결론을 내지 못했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심플했다. 자극이 오지 않더라도 매일 할당된 운동량을 채우자는 것이었다. 

이번에 다리를 다치면서 집에서 운동을 하게 됐다. 헬스장에 있던 다양한 종류의 운동기구와 무게가 없어서 타협하며 운동해야 했다. 집에 10kg 아령과 4kg 아령이 있다. 재택근무를 처음 시작하기 전 날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이두, 삼두, 어깨 운동 모두 하루에 10kg 아령으로 10회-5세트를 하기로 한 것이다. 

운동을 시작하려고 아령을 들었더니, 절대로 10kg 아령으로 운동을 온전히 해낼 수 없을 거 같았다. 그래서 4kg 아령으로 다시 타협했다. 문제는 4kg 아령으로 운동을 하니까 10번을 해도 자극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10kg 아령으로는 제대로 된 운동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4kg 아령으로 운동 횟수를 엄청나게 늘려봤다. 원래 1세트에 10개가 목표였는데, 근육이 아파지는 순간부터 10개를 카운트하기로 했다. 

4kg 아령으로 이두운동을 하는 건 내게 너무 쉽게 느껴졌다. 이두에 자극이 올 때까지는 최소 40개 정도를 해야 했다. 그렇게 이두근이 아파온 시점부터 10개를 카운트하며 운동을 했다. 평소에는 팔 운동을 하고 나서 팔에 근육통이 왔던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근데, 고작 4kg 아령으로 팔운동을 했을 뿐인데, 근육통이 꽤 강하게 느껴졌다. 이 때,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 아, 내가 팔 운동을 할 때, 컨트롤 할 수 있는 무게는 현재 4kg이구나 라는 것을. 그 동안 나는 헬스장에서 내가 감당하지 못하는 무게로 운동을 해왔던 것이다. 그래서 자극점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이번 기회로 내가 얻은 결론은 바로, '내가 제대로 할 수 있는 무게로 운동하자'는 것이다. 비단, 운동에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가령, 책을 읽을 때도, 구태여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책에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 대학생, 성인 수준의 책이 어렵거든, 중고등학생 수준의 책을 읽으면 된다. 이건 쪽팔린 게 아니다. 

나의 수준을 인정해야 한다. 그 수준에서 부단히 연습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된다. 이번에 다치게 되면서 정말 암담했다. 하지만, 생각하고 깨닫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게 되어, 되려 이제는 좋은 기회를 얻었음에 감사하게 생각한다.